6차산업 독일

돼지 리스

오늘날 고기를 포함해 매일 먹는 식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특히 동물이 적합한 방식으로 사육되었는지, 무엇을 먹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약품사료 논란과 부적절한 사육 방식이 계속 문제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독일 역시 식탁의 시작 단계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하고, ‘돼지 리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돼지 리스란 위탁사육(Lohnmast)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축산농장에 비용을 지불해 돼지 한 마리를 사육하고, 그 돼지를 도축할 때 육류를 받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육류가공회사가 축산농가와 맺는 계약인데, 이를 소비자와 축산농가가 직접 맺는 셈이다. 소비자가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틈새 시장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돼지 리스 방식은 수 십 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사하면서 가지고 있던 돼지를 키우지 못하게 되면 이를 대신해 키워줄 농부를 찾아다녔다. 돼지 뿐 아니라 소와 닭도 위탁사육 방식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닭을 소유한 사람은 위탁사육을 맡기고 먼 곳에서도 정기적으로 계란을 받을 수 있다.

돼지 리스를 하는 농부는 새끼 돼지가 태어난 지 약 6-8주가 되면 고객에게 판매한다. 이를 통해 또다른 새끼 돼지를 구입하거나 사료와 관리하는데 비용을 지출한다. 유기농 돼지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리스 비용에 차이가 많이 난다. 구매자는 자신의 돼지를 보기 위해 일정을 조율해 농장을 방문할 수 있다. 일부 농가는 이미 온라인으로 돼지를 관찰할 수 있는 웹캠을 설치하여 돼지가 사육되는 환경이 어떤지 공개하고, 고객들은 자신이 맡긴 돼지가 어떻게 크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돼지는 고객이 원하는 도축 기대 시점에 맞춰 놓은 최대 기일에 맞추어 도축된다. 새끼돼지 요리를 원하는 등 고객이 원할 때는 도축 날짜를 앞당길 수도 있다.

안톤 다폰트(Anton Dapont)씨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유기농 농장 하우스베르크에서 부업으로 돼지와 소 리스를 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 돼지를 위탁 사육한다. 그는 바이에른에서 돼지 리스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라고 한다. 새끼 돼지들이 8살이 되었을 때 100유로에 판매한 후, 매달 30유로의 추가 금액을 사료값으로 받았다. 1년 이후 돼지를 도축하면 한 마리당 총 400유로 정도의 돼지고기값을 받을 수 있다. 다폰트의 말에 따르면 돼지 한마리에서 고기 약 80kg를 얻을 수 있는데, 유기농 돼지고기가 kg당 5유로인 셈이다.

돼지는 농장 주변의 도축장에서 도축되며, 고객은 그 곳에서 도축 또는 추가 가공에 대해 요청할 수 있다. 고객은 언제든지 농장을 방문해 돼지를 볼 수 있고, 사전에 연락하면 다폰트는 고객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질문에 답한다. 그는 또 다른 농장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돼지 종을 보존하는데, 고객이 그와 돼지리스를 한다면 일종의 종 보호 활동을 하는 것과도 같다.

바이에른주에서 돼지리스를 하고 있는 또 다른 농부 페터 지글(Peter Sigl)은 멸종위기에 놓인 투로폴레종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돼지는 방목을 통해 무리 안에서 길러지고, 약 8주가 되면 판매된다. 돼지가 100kg에 달하면 도축되는데, 해당 몸무게까지 이르는데 15개월이 걸린다. 물론 고객이 원한다면 더 일찍 도축할 수도 있다. 판매 가격은 130유로이며, 매달 사료와 사육비로 35유로가 더해진다. 자체 자료에 따르면 킬로당 고기가격은 유기농 돼지 가격과 비슷하다.

지글은 돼지리스를 하는 고객에게 반드시 요구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적어도 한번은 돼지를 만나 그 돼지의 눈을 마주보아야 한다. 고기 뒤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어서다. 지글에게 돼지리스를 하고 싶은 고객은 그래서 농장에 직접 와서 돼지를 골라야 한다. 이후 추가 방문을 할지 말지는 고객이 결정할 수 있다. 고객들은 고기를 얻고, 원하는 경우 도축을 정육업자에게 맡길 수 있다.

한 가족은 동물이 올바르게 사육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 싶어서 지글의 농장에서 돼지 리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돼지에게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돼지를 차마 도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약 3주에 한번씩 돼지를 방문한다. 그들의 자녀에게 고기가 어떤 생명에서 오는 것인지,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것처럼 단순히, 과일처럼 나무 위에서 자라지 않는 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농부들에게 이 방식의 장점은, 고기 판매가 확실하고, 도축 전에 미리 수익을 얻으며, 매달 받는 비용으로 기본적인 지출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 전에 수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친환경 돼지 농장 ‘슈바인파흐 글뤽클리히(Schweinfach Glücklich)‘를 운영하는 스베아 페터슨(Svea Petersen)씨의 콘셉트도 비슷하다. 그들은 수요자가 확실한 만큼의 새끼 돼지만 판매한다. 고객들은 집에서 미리 주문한 고기를 6개월 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적절한 사육 과정을 거친 지역 제품을 구매한다. 주문 시 고객은 돼지 전체(100kg), 반(50kg) 또는 1/4(25kg)을 원하는지, 어떤 종류의 고기나 소시지 또는 얼마나 많은 용량을 원하는지 요청할 수 있다.

*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전라남도유럽사무소(info@j-europe.eu)에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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