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독일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매년 1,800만 톤에 이른다.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수확 과정에서 땅에 버려지기도 하고, 유통과정에서 폐기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수확한 농산물의 15~50%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휘어진 오이는 관련한 규정이 하나도 없음에도 유통이 거부된다. 독일 기업 에테페테테(Etepetete)는 유통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농산물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곳이다.
에테페테테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 박스를 구독형식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물론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과는 다르다. 크기가 너무 크거나 혹은 작아서, 너무 못생겨서 슈퍼에서 유통되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판매되지 못한 소위 ‘못난이 농산물’은 대개 폐기되거나 동물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밭에 방치되기도 하고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잉여 농산물이 많이 생산될 때는 별다른 흠이 없어도 폐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에테페테테의 목적은 식료품 낭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어 낭비를 줄이고, 기존의 유통 과정보다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이며, 현명한 유통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2020년 기준 9개 농장 및 농업인들과 네트워트를 형성해 채소와 과일을 공급받고 있다. 농부들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류되지 않은 농산물을 받고 있으며, 구독 박스에는 못난이 농산물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농산물도 들어갈 수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카르스텐 빌레, 크리스토퍼 할후버, 게오르그 린더마이어 등 청년 세 명이 뮌헨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카르스텐은 슈퍼마켓 직원과 대화를 하다가 얼마나 많은 농산물이 버려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 슈퍼마켓에서는 팔리지 않은 채소와 과일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진다.
창업자 세 명은 뮌헨 근처 유기농 농장을 방문해 얼마나 많은 농산물이 땅에 방치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를 통해 사업 파트너를 찾기도 했다. 에테페테테는 2015년 독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스타트넥스트(Startnext)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고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같은 해 7월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를 받아 첫번째 박스를 만들었다. 박스의 이름은 버려질뻔 한 농산물을 구한다는 의미로 ‘구조 박스(Retter-Box) ‘라고 이름붙였다. 2016년 처음으로 정직원을 고용하고, 2019년 제품 포장 등을 위한 자체 공장을 오픈했다. 현재는 직원 60여 명을 두고 있으며 2017년 기준 매출액은 236만 유로에 이른다. 에테페테테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버려질뻔 한 농산물 약 270만 킬로그램이 ‘구조’됐다.
에테페테테 ‘구조 박스’는 구독 형태로만 구입할 수 있으며 개별 구입이나 테스트 구입은 불가능하다. 구독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 현재는 내용물이 각기 다른 여섯개의 박스 상품을 구독 판매하고 있다. 채소 박스, 과일 박스, 믹스 박스, 생식 박스, 베이직 박스, 그리고 구조 스낵 박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베이직 박스와 구조 스낵 박스는 일반 사이즈와 가족 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채소 박스 21.9유로부터 구조 스낵 박스 36.9유로까지 박스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박스는 매주 배송과 격주 배송 중 선택할 수 있다.
구독 박스 사용자 후기를 보면 평가가 나눠진다. 일부는 버려질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해 환경에 보탬이 되는데 적절한 비용을 지불했다고 평가했다. 품질 또한 좋아 긍정적인 평을 남겼다. 반면 일부 사용자는 비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격이 일반 유기농 마트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와 비슷한 수준인데, 일반 유기농 마트에 적당하지 않은 농산물이라면 그보다는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에테페테테 측은 구독 박스에는 프리미엄 유기농 농산물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외양과는 무관하게 일반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파트너 농장에 공평하게 비용을 지불하며, 구독 박스에 들어있는 농산물은 유기농 마트만큼 가격이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에테페테테와 함께 일하는 농장은 이 사업 모델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파트너 농부 중 한 명인 발트라우드 슈토크너(Waltraud Stockner)씨는 에테페테테의 판매 모델을 환영하며, 엄청난 수익을 주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지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하는 비에탈러(Wiethaler) 농장도 구독 박스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015년 에테페테테가 없었다면 유기농 호박 4톤과 유기농 무 6톤을 밭에 방치했을 것이라고 농장 측은 밝혔다. “밭에 뿌릴 비료로 쓰려고 호박을 재배한 건 아니니까요.” 한 농장 직원의 말이다.
식량 낭비는 세계적 문제다. EU의 판매 규정을 따라 단순히 크기나 모양 때문에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일은 환경뿐 아니라 농업계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폐기물 통에 버려야 하는 농산물을 통해 수익을 좀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기업은 에테페테테뿐만이 아니다. 뤼벤레터(Rübenretter) 와 크베어펠트(Querfeld) 또한 일반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 농산물을 판매해 농산물 낭비를 줄인다.
뤼벤레터는 에테페테테와 같은 원칙으로 운영된다. 농산물을 모은 박스를 구독 형태로 판매한다. 유기농이 아닌 농산물도 포함되는 점이 다르다. 크베어펠트 또한 정상적인 유통 과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판매한다. 이곳은 구독 형식이 아니라 매일 아침 고객들에게 주문 가능한 농산물 정보를 이메일로 보낸다. 고객들은 수요일 오후까지 주문할 수 있고, 다음주 월요일에 받아볼 수 있다.

*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전라남도유럽사무소(info@j-europe.eu)에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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